기후위기를 비롯한 다중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구성하기 위해 곧잘 언급되고 있는 것이 신유물론입니다. 신유물론은 사물 또한, 활기 혹은 생기를 가진 고유한 행위자이며, 이 모든 행위자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이 세계관에서 사물은 인간과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고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사상을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 행사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2025 라투르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사물의 의회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라투르가 제안한 개념을 이어받아 참여연대와 경희대 기후-몸 연구소가 공동 기획한 것으로 인간을 비롯한, 대기/동물/산림 등 다양한 비인간 존재들의 권리와 이해관계가 정치적으로 동등하게 제기되는 '탈인간 중심적 민주주의 모델' 실험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비인간의 권리 주장과 운동은 환경 담론과 예술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존의 상식이나 감각으로는 여전히 낯선 것도 사실입니다.
'탈피의 기술(記述)'은 우리가 '곰팡이-되기'를 위해 시도했던 다양한 실험을 기술하는 전시입니다. 우리는 곰팡이와 만나고 곰팡이처럼 되기 위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곰팡이다운 규칙을 만들어 스코어 워크숍을 진행하고, 낯선 여행지에 가서 황색망사점균처럼 길을 찾고, 스코비를 기르고, 현미경으로 균사를 관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곰팡이가 되지 못했습니다. 곰팡이 같은 것이 무언지도 아직 정확히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곰팡이를 향한 여정을 시작하기 전과는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이는 기존의 '나'로부터 탈피하는 순간들로부터 가능했습니다. 탈피의 순간들에 발생한 기이한 감각과 이미지들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이룹니다. 탈피가 언제 어떤 순간에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작품으로서 규명하는 일은 곧, 우리가 어떤 세계로부터 어떤 세계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들이 세계와 맞서 싸우고 혁신가들이 아이디어를 통해 임팩트를 창출한다면, 예술가들은 온몸으로 세계를 부비며 빈틈을 발견하고 소외된 감각들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발견한 감각들은 이 혼란스럽고 어려운 세계에 정답을 주진 못하지만, 혼란스럽고 어려운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기존에 너무도 당연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무언가 이상하고 새로운 것들이 감각됨을 7 작가가 각자의 언어와 매체로 증언합니다.
글: 이강현